김욱동 편, <윌리엄 포크너>(문지, 1986) - 김현 <행복한 책 읽기>에서 재인용
여덟 시간 일하고, 오랜만에 여덟 시간만 일하고
차를 출발했다.
영동대교를 건너며 강변북로에 오르는 데 실패.
성수동에서 야근하는 형과 순대국밥을 먹었다.
“소리는 제가끔의 길이 있다. 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 덧없음으로 늘 새롭다.”
김훈, <현의 노래>에서
![]() | 현의 노래 - ![]()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
<칼의 노래>만 해도 그저 수사학이려니 했지만, 현의 노래에 대해 쓰는 작가에게 노래라는 것이 그저 말뿐일 수는 없다. <현의 노래>를 낼 즈음 ‘월간조선’ 인터뷰에 음악과 김훈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언급이 보인다.
“문체는 완전히 제가 새로 만든 거죠. 전에는 제가 진양조 같은 24박자 짜리 문체를 썼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완전히 두 박자죠. 주어와 동사만 가지고 썼으니까. 문장을 뼉다귀만 가지고 쓴 거죠. 살은 다 빼버리고. 그런데도 그 문체를 보고 또 수사학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그런 문장을 썼던 일이 없었는데 그걸 제가 만든 거죠. 내가 생각해도 엄청나요! 그 문체로 그 소설을 끝까지 써낸 거죠.”
<칼의 노래>에서 작가로서 역점을 둔 건 뭐였냐는 질문에 대한 김훈의 답이다. 이 무렵 <현의 노래>를 집필하던 김훈의 서재에는 한국 고전음악에 대한 다양한 책이 꼽혀 있었다고 한다.
“늘 새로움으로 덧없는 것이고, 덧없음으로 늘 새롭다.” 이 얼마나 멋스러운 문장인가. 이 멋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 매료되고 또 비판한다. 그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끝을 맺기 어려운 도드리의 음악 세계와 같다. 작품마다 변주되는 김훈의 도드리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희망은 없거나, 있다면
오직 죽음 속에 있을 것만 같았다.”(칼의 노래),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아니면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남한산성)
작가는 세계가 그리 간단명료치 않다고 보기 때문에 이처럼 불완전한 언설에 매달린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주류 승자의 것일진데, 그렇다면 김훈은 회의주의자이자 반역사주의자다. 많은 비판 속에서도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국가의 목적은 부국강병뿐”이라고 말한 건 이문열이 아니라 김훈인데도.
용산의 불을 보자. 우리는 도덕적인 가치나 경제적인 판단 중 어느 하나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승리로 그 불길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훈처럼 오늘의 현실을 몸부림에 가까운 냉철함으로 드러내는 작가를 찾아 볼 수 없기에, 사람들은 김훈과 함께 남한산성에 스스로 가두기를 원하는 것이다.
영화나 소설을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주윤발마냥 성냥개비를 물고 다니는 소년처럼, 김훈 흉내를 내다 난삽한 문장을 쓰고 있다. 변명하자면 그의 글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료될 만한 것이다. “글은 몸속의 리듬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악보”(바다의 기별)라고 단언하는 매우 음악적인 작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글이 해금의 소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 소리를 주무를 수 있는 자들은 얼마나 복된가.”(바다의 기별)
해금은 두가닥 줄을 활로 켜서 소리를 내는, 참 볼품없는 악기로 한 때 ‘깽깽이로’로 불리기도 했다. 서양에 피아노의 과학이 있다면 동양에는 해금의 불완전성이 있다고 하면 오리엔탈리즘일까? 자유라고 해두자. 해금은 한국 음악의 유장함을 대표하는 악기다. 김훈 문장의, 곧 그가 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유사한 수사학의 악기이다. 김훈의 문학이 대중성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이 될 수도 있을까? 글 조용범
“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내용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중에서
![]()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마음산책 |
제목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표현은 그저 멋스럽게 쓴 말이 아니다. CSI의 길반장에게 곤충을 읽는 지식이 있다면 스밀라 야스페르센에게는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다. 그녀는 눈을 읽을 줄 안다. “처음 그 일이 일어났을 때는 마치 다른 사람들이 다 잠들어 있을 때 나만 깨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그린란드 원주민 이누이트인 스밀라는 썰매개들 조차 앞을 분간하지 못하던 안개가 짙은 날 눈을 읽으며 길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감각은 과학적인 것과는 정반대로 직관적인 것이기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점령으로 식민지가 되었고 현대사를 거치며 덴마크화되었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적 삶의 방법, 추운 겨울 바다가 얼기를 기다렸다가 사냥으로 살아가는 방식은 덴마크식 ‘선진문명’에 밀려 권장되지 않았다. 덴마크어를 익혀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질서가 들어섰다. 그러나 덴마크로 온 이누이트들은 사회의 하부 구조를 이룰 뿐이다.
덴마크인 그린란드 탐사단 아버지와 이누이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어머니의 사망 후 아버지를 따라 덴마크로 오지만 철이 들자마자 그녀가 매진한 것은 아버지와 덴마크로부터의 탈주였다. 그녀는 북유럽의 선진문명과 과학주의 등을 혐오하는 과학자가 되었다. 눈에 대한 특별한 감각 때문에 그녀는 기상 변화가 극심하여 두려움을 일으키는 그린란드 탐사의 길잡이 역할로 연구에 동참하곤 했다. 각별히 지내던 이웃의 이누이트 아이 이사야의 죽음에서 뭔가 석연찮은 점을 발견한 것도 그 감각이었다. 이사야가 마지막으로 남긴 눈 위의 발자국에서 스밀라는 뭔가에 쫓긴 흔적을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감각은 비이성적이며 문명사회에서 말로 설명되기 힘들다. “음악의 경험을 말로 강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다.” 그래서 그녀의 유일한 영적인 형제는 사과가 떨어지는 것에서 만유인력을 읽어냈으며, 물이 가득 들어있는 양동이를 살짝 들어올리면 표면이 기울어진다는 사실에서 천체의 움직임의 비밀을 밝혀내려 했던 아이작 뉴턴뿐이다.
스밀라에 대해 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그녀는
혹독하고 아름다운 그린란드의 자연환경처럼 강인하고 섬세하게 사건의 핵심으로 파고들어간다. “스밀라.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매력이란 깊은 존경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한국판 추천사는 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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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oltrane - Giant Steps - ![]()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
글 조용범
작가의 집은 아치울이라는 예쁜 이름의 마을에 있다. 인공적인 소리라곤
집짓는 인부의 망치질 소리뿐인 자연 속에 파묻힌 마을이 서울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근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수록 마지막 단편 ‘그래도
헤피엔드’의 배경이 서울 근교의 전원마을이기도 하다. 등단작 <나목>부터 가장 최근 작품까지, 어떤 작가보다 개인의 체험이 작품의 원동력이 된 이가
“사실 쓰는 것은 자신에게 격려가 되고 위안이 됩니다. 왜 작가 아니라도 일을 놓으면 금세 기력이 떨어진다고 하잖아요. 작가는 꼭 써야 할 무엇이 있다면 중병이 있더라도 그건 끝내겠다는, 그런 면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까이 지낸 박경리 선생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만나면 뭘 쓰고 있다, 쓰고 싶다, 늘 그런 얘기를 하셨으니까요.”
지난 해 호암상 수상자 이청준 작가를 비롯해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일제히 발표된 것을 기점으로 일종의 한국문학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연애경험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떨림의 감정은 비슷하다고 봐요. 나는 리얼리즘 작가라고 생각해요. <그 남자의 집>은 제가 살았던 시대의 연애 이야기지요. 요즘 아이들의 연애의 장소, 소도구들에 대해 들어서 알더라도, 그걸 나이 든 사람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지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니죠. 요즘 내 작품의 주요 독자가 2, 30대라고 하는데, 그 것은 내 문장의 힘과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싱싱한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사회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현대 작가들을 읽고, 세계문학의 흐름과도 호흡을 같이 하며, 손자 손녀와도 대화하는 그런… 내가 몸 담고 있는 현실세계에 관심과 애정을 늦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노인네 얘기를 쓰더라도 진부하지 않은 문장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2000년대
“요즘은 <현대문학>에 매달 산문을 연재하고 있어요. 개인의 경험과 문학적 사유를 보태서 쓰는 글이에요. 이달에는 가장 충격으로 다가 온 일이 박경리 선생님 일이었으니까….”
작가는 월간 <현대문학>에 지난 2월 ‘나는 다만 바퀴 없는 이들의 편이다’를 시작으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불타 버린 남대문에 대한 안타까움, 일상에 대한 생각 등을 소재로 한 연재 에세이에서 우리는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아치울로
“박경리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진리’라고. 먹을 것이 없어서 하는 도둑질은 숙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찮은 미물이지만 그 살아내는 모습을 보면, 그것 자체가 진리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좋은 문학이란 살아내게 하는 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일시적인 오락과는 다른 것이지요. 종교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지만 문학은 저항입니다. 처음 영세를 받을 때 이제 글을 못쓰게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어요. 그러나 문학과 종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삶을 반성하게 하는 기능이지요. 기도하듯 소설을 통해 삶의 이지러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민음사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라디오를 켜고 <헤이
주드>가 나오는
채널을 찾아냈다.
정말로, 나는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슬픈
노래를 고르고 싶었고,
상황을 더 낫게
만들고 싶었다. 단지
방법을 몰랐을 따름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중에서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예술계에
두가지 유형의 천재가
있다고 치면, 하나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한
경우, 둘은 방대한
지식을 현란하게 풀어낸
경우다. 전자로는
20세기 초 건축가
출신의 문학인 이상이
'오감도'란
작품으로 '때려
치워' 따위의
반응과 함께 천재로
각인된 경우가 널리
알려진 케이스이며,
후자로는 20세기
말 스무살에 '일식'이란
작품에서 방대한 서양
역사를 섭렵한 인상을
주었던 히라노 게이치로를
들 수 있다. 음악
쪽에서라면 전자는 지미
헨드릭스, 후자는
ELP?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는 1977년
생, 20대 중반이던
2002년 '모든
것이 아름답다'(Everything
Is Illuminated)를 발표해
천재 소리를 들으며
등단한 작가다. 그의
스승인 조이스 캐럴
오츠는 물론이고 샐먼
루슈디, 존 업다이크
등 저명한 작가들의
극찬은 물론 시사주간지
'타임'은
천재의 작품이며, 문학적
위대함을 입증했으며,
이 작품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고까지
이야기할 정도였다.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일라이저 우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개봉되었으며, 그의
두 번째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2005) 역시 영화로
제작 중이다. 그의
아내 역시 '사랑의
역사'란 작품으로
유명해져, 두
사람은 뉴욕의 천재 작가
커플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천재라면,
어느 유형에 가까울까?
유일한 한국어
번역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읽어
보면 그가 전자 쪽임을
알 수 있다. 화자가
빈번하게 뒤바뀌며,
심리 묘사가 매우
자세하여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일반적인
서사 외에 시각자료와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전략(몇 페이지를
비워 놓기도 하는 파격적인
여백 사용, 식별
불가능하도록 문자를
겹쳐 쓰기 등)도
동원 되었다.
그런데 심리 묘사는 왜 자세하며, 그게 왜 쉽게 읽히지 않는가? 그건 이 책의 주인공이자 주요 화자인 아홉 살 소년 오스카가 911 사건(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자살테러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어 깊은 상실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건 역시 주요 화자들인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드레스덴 폭격(2차대전 말 연합군이 독일의 고도 드레스덴에 감행한 폭격으로 민간이 사망자가 10만에 이른다고 함)의 피해자들로서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소통의 장애를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말 못할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지 않겠나?
주인공 오스카는 ‘양철북’의 오스카나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 모모 등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인물이다.
헤이 주드
오스카는 상상력이 풍부하며, 비틀즈의 팬이다. “곤충학은 내가 아는 프랑스어 표현을 빌자면, 내 레종 데트르(raisons d’etre. 존재 이유) 중 하나니까”라고 말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하지만 그는 가슴 아프게 하는 아이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으로 오스카와 엄마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정신과 치료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욱 절망적일 뿐이다. 그래서 오스카는 레종 데트르 비틀즈의 <Hey Jude>가 나오는 주파수를 찾는다. 상황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Hey Jude, don’t make it bad), 슬픈 노래를 고르고 싶었고, 상황을 더 낫게 만들고 싶었기(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때문이다.by slowtry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반바지 차림으로 앉아, 우리는
눈을 감았다. 감각과 상식을 지닌 손이, 더듬어 벨트를 매고
차창을 닫았다. 버스의 등받이는 우주의 품처럼 깊고 푹신했고, 무덤에서 돌아온 맥킨지 신부가 손에 묻은 더러운 걸 닦아낼 즈음, 서서히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구원되지 않았어요. 저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저 외로운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살까요? 버스는 날아올랐다. –
90년대의 윤대녕은 제목을 잘 짓는 작가 소리를 들었다. ‘은어낚시통신’,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2000년대의
‘카스테라’의 끝은 “이상하게도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씹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이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는 과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로 끝난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는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로 맺는다. 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 유치한 수미상관적인 발상인가?
가사의 첫 줄로 제목을 삼아 만든 정직한 비틀즈의 히트곡들처럼,
지금까지 남긴 유일한 단편소설 모음집 ‘카스테라’에 대해
2.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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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문학동네 |
소설집 ‘카스테라’에 수록된 이 단편에 대해 작가는 “기타리스트
이 작품은 주인공이 “270수만에 한 집 반 승을 거두었다 – 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의 바둑강아지” 리플리의 뼈를 정원에서 발견하고 다시 묻어줄 무렵, 스무 살이 되던 날 아침 “지구를 한번 떠나보자”고 결심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결심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창조과학단체(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과학자들의 모임)의 인턴으로 일했던 듀란(그 듀란 듀란에서 따온 이름이다. 역시 음악적이며 우주적이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준비되었다. 그들은 고무동력기를 타고 ‘개복치 여관’이라는 낡은 간판이 걸려 있는, 그러나 사실은 우주기지인 곳으로 날아간다. 갔더니 그곳에서 링고 스타(그렇다. 음악적이라니까!)를 만난다. 듀란과 나는 링고 스타의 배웅을 받으며 지구를 떠난다. “지구를 떠나보지 않고선 세계의 정체를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우주선, 그러니까 한 대의 그레이하운드에 올라 탄 두 사람은 몇 시간 만에 달의 뒤편에 다다랐고 한 시간 뒤 아주 납작한 지구를 보게 된다. 그것은 한 마리의 거대한 개복치였고, 때마침 지구는 3억개의 알을 산란한다.
얘기는 그렇게 끝나는데, 두 사람은 아마 지구, 아니 개복치를 바라보며 그 동안 지구에서발생한 불가사의한 실종의 비밀(산란)과 한국의 잭 필드 바지, 아니 자본주의는 왜 39,800원짜리(어리석은 믿음)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듯이 보인다.
3. Eleanor Rig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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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Revolver 비틀즈(The Beatles) 노래/이엠아이(EMI) |
그들은 출발하며 음악을 틀었다. 비틀즈의 「Revolver」에 수록된 <Eleanor Rigby>다. 우주선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즈음, 폴 매카트니가 노래한 소절은 다음과 같았다. “Father McKenzie wiping the dirt from his hands as he walks from the grave. No one was saved.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 그리고 버스는 날아올랐다.
(by slowtry from hottracks, september 2007)
점심 겸 낮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그 용기와 술기운을 빌어 택시를 타고 그녀의 회사로 무작정 찾아가게 됐다. 택시가 마포대교를 건널 즈음, 차창으로 한강을 내다보면서 나는 미국 록 밴드 도어즈의 <People Are Strange>의 가사를 중얼거렸다. People are strange, when you’re a stranger. 내가 아는 부분은 거기뿐이었지만. 그때 내 마음은 좀 낯설었다. 아님, 까칠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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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세계 73호 - 2007.여름 세계사 편집부 엮음/세계사 |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표권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 ‘개 같은 내 인생’, ‘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라는
발칙한 당선자의 말과 함께 등단했던 신세대 작가
1.
데뷔작을 생애 최고의 작품으로 남기는 한국 작가들이 많다고 한다. 등단 이후의 삶이 단조롭거나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 지난 달 피아의 작사가 요한도 생활이 너무 단조롭다 보니 서른 넘어 벽에 부딪히는 주변 뮤지션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의 지배적인 담론이 사라져 버렸다고 하니 창작자들은 서사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더욱 분주해야 할 텐데, 보통 사람들처럼 술에 취하고 펀드에 미쳐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걸까? 재미 있는 일본 소설에 독자를 빼앗기고 드라마 삽입곡이 아니면 먹고 살길이 묘연한 한국 소설과 대중음악의 처지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요즘이다.
잡설이 길었는데,
소설 쓰는 일이 힘든 나머지 그는 “중국인들이 종이만 발명하지 않았어도 일찌감치 없어졌을, 비생산적인 직업”이라고 신세를 한탄하지만 “이건 아무리 힘든 일어도 재미있는 일”이라며 즐겁게 견디고 있다.
2. 달로 간 코미디언
‘달로 간 코미디언’은 “매번
데뷔 앨범을 내는 작가”(정여울)
3. People Are Strange
거인, 난쟁이, 곡예사, 악사… 전형적인 서커스단의 퍼레이드를 앨범 커버에 기묘한 구도로 담아낸 도어스의 두 번째 앨범 「Strange Days」는 그들의 데뷔 앨범이나 첫 히트곡 <Light My Fire>처럼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거나 사랑 받은 건 아니지만 뛰어난 작품이다. <People Are Strange>는 앨범의 첫 싱글로 빌보드 차트 12위까지 올랐다.
이 곡에 대해 밴드의 멤버와 평론가들은 갑작스러운 성공 후 소외감과 혼란을 느낀 짐 모리슨의 심정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달로 간 코미디언’의 주인공이 기억하다 만 가사의 뒷 부분은 다음과 같다. “Faces come out of the rain.” 오후에 로비 크리거와 함께 길을 걷던 우울한, 그리고 뭔가에 취한 짐 모리슨의 눈 앞에 나타난 얼굴들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by slowtry. from hottracks augus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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